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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더 브레이브(True Grit, The Brav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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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드라마/서부, 미국

2011.02.24 개봉, 110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에단 코엔, 조엘코엔

주연- 제프 브리지스, 맷 데이먼, 조슈 브롤린, 헤일리 스테인펠드


코엔 형제라니, 보기 전부터 뼈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케케묵은 소설(찰스 포티스, <트루 그릿>)을 되살려 냈으니 뭔가 강렬한 철학적 명제를 담아냈을 것만 같다. 코엔 형제 보다는 맷 데이먼 때문에 봤지만, 영화를 보면서 반하게 된 건 매티 로스 역을 맡은 헤일리 스타인펠드. 강단 있고 맹랑한 14살짜리 소녀를 연기한 헤일리 스타인펠드는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쥐며 화려한 데뷔를 했다. 맷 데이먼과 쌍을 이루는 역인 애꾸 보안관으로 등장한 제프 브리지스도 거친 모습 속의 자상함을 보이며 매력 있는 캐릭터로 분했다.



 생각보다 코엔 형제 특유의 괴짜스러움은 덜하지만 삶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코엔 형제답다. 내 머릿속의 서부극은 사실 끝이 뻔한 총질이다. 현상금을 걸고 수배범을 잡는 과정에서 영웅적 면모를 보이며 탕! ! 먼지바람 휘익 날려주며 말발굽 소리 좀 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이 60년대도 아니고 당시와 똑같은 서부극을 기술적 효과만 보태서 재현하는 건 향수를 불러일으키겠다는 호기를 부린다고 해도 너무 싱겁다. 서부극의 향수어린 패턴만 차용하고, 그 뻔한 선악의 대결 구도 속에서 드러나는 낯선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




원작 소설과 영화화되었던 옛날의 작품들을 몰랐던 나로서는 복수 이후의 결말이 어떻게 날까 참 궁금했다. 매티가 복수를 부르짖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을 것이고, 매티와 두 남자의 관계가 갈수록 진해지리라는 건 포스터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귀여운 아가씨에게 정신을 뺏긴 채 끝까지 달려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단순한 권선징악은 아니었다. 갑자기 건너 뛴 25년의 세월, 그 동안의 삶을 짐작하게 하는 매티의 그늘. 그렇게도 용기 있던 세 사람의 삶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초라해진 삶을 보며 절절한 쓸쓸함이 느껴지는 건, 이들의 과거가 용기로 가득찼기 때문일 것이다. 용기가 빛을 발하는 최적의 순간은 그것이 사그라든 후가 아닌가. 상대적인 것이겠지. 어쩌면 영화 속 시간들이야말로 이들의 가장 빛나는 삶의 단편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 되돌아보며 오늘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용기 있게 보내고 있는지 생각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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