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지질학

화산쇄설류란?

반응형

 화산 분화로 화산쇄설류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도대체 화산쇄설류는 어떤 현상일까?

 화산쇄설류는 화구에서 분출한 마그마의 파편이 600ºC 이상의 고온 가스와 일체가 되어 최고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산기슭을 흘러내리는 현상이다. 화산쇄설류가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불타버린다. 화산쇄설류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02년 서인도 제도 마르티니크 섬의 펠레 산에서 분화가 일어났을 때이다. 일본에서 많은 희생자를 낳은 1991년 6월 운젠 후겐다케의 대참사를 계기로 화산쇄설류의 위력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화산쇄설류는 화산 재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화산쇄설류는 분연 붕괴형과 용암 붕락형 두 종류가 있다. 전자는 분화와 함께 발생하는 화산쇄설류이며, 후자는 운젠 후겐다케처럼 고온의 용암돔이 붕락할 때 발생하는 화산쇄설류이다. 인도네시아의 메라피 화산은 빈번하게 화산쇄설류를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대부분 후자의 유형에 속한다. 운젠 후겐다케의 분화 시 정상 부근의 화구에서 점성이 큰 용암이 서서히 나오며 용암돔을 만들었다. 지하로부터 용암이 장기간 공급되면서 용암돔이 성장하여 화구원을 용암으로 채웠다. 용암이 멈추지 않고 계속 공급되었기 때문에 용암돔은 화구 동쪽 가장자리를 타고 넘어 동쪽 사면으로 뻗어 나왔다. 뻗어 나온 용암돔의 일부는 자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중력 불안정 때문에 마침내 대규모로 무너져 버렸다. 이 붕괴로 인하여 고온의 암체는 잘게 부서지고 내부에 갇혀 있던 고온의 가스가 한꺼번에 분출했으며, 양자가 일체가 되어 계곡을 따라 흘러내렸다. 붕락형 화산쇄설류가 발생한 것이다.



 만일 운젠 후겐다케의 화구가 더 커서 용암돔이 그 안에서만 성장했다면, 용암이 대규모로 붕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화산쇄설류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는 1792년의 분화처럼 산기슭에 화구가 출현했다면, 중력 불안정으로 인한 용암돔의 붕락도 규모가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운젠 후겐다케의 분화가 일어나기 몇 해 전에 다른 유형의 화산쇄설류 분화가 훗카이도에서 발생하였다. 바로 1988~1989년에 일어난 도카치다케의 분화이다. 산기슭의 화구에서 소규모의 분화가 일어났으며, 이에 동반하여 분연 붕괴형 화산쇄설류가 발생하였다. 분화 시기가 마침 겨울이어서 산이 눈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고온의 화산쇄설류에 의해 눈이 녹게 되면 토석류로 인한 재해 발생도 우려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발생한 화산쇄설류가 소규모였기 때문에 토석류의 규모도 크지 않았다.


 화산쇄설류는 특별한 분화 현상은 아니다. 지질학적 조사와 연구를 통하여 일본의 많은 화산에서 과거 수만 년 사이에 운젠 후겐다케보다 훨씬 큰 규모의 화산쇄설류가 여러 차례 발생했던 것이 밝혀졌다. 화산쇄설류에 휘말리면 목숨을 잃게 된다. 따라서 화산쇄설류가 흘러내릴 가능성이 있는 하류역에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화산쇄설류 분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융설기에는 토석류로 인한 2차 재해의 위험이 있으므로 화산체에서 떨어져 있더라도 그 하류역에서는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화산체 주변의 재해는 조직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반응형